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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연애. 5년을 넘게 사귀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별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처음 겪는 건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다.
 
5년의 연애동안 헤어지자고 얘기를 꺼내거나 마음 고생을 했던 건 여러번 있어왔으니까.
내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넌 붙잡았고. 나도 매몰차게 거절했는데.
널 너무 좋아했고, 난 갑자기 다시 자신이 없어져서 널 붙잡았다.
 
그 후로 우린 편한 친구처럼 가족처럼 잘 지내왔는데. 어쩌면 나만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서로 살도 많이 찌고 점점 편해가면서 나도 너무 꾸미지 않게 되었고. 네 앞에서 예뻐보이고 싶은 욕구가 많이 사라지기도 했다. 살이 쪄서 자신감이 없으니까 치마도 못 입었고…
넌 괜찮은 척 신경쓰지 않는 척 했었던 걸까? 난 너가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난 마른 너보다 지금처럼 살집 있고 덩치 있는 남자가 좋았고, 너도 내가 살을 빼길 바랐던 건 알고 있지만 한 번도 강하게 요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저냥 만족하는 줄로만 알았다.
 
서로 더이상 이성으로 매력어필을 해야만 하는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내 오산이었고… 결국 마음이 식었기 때문에 그만하자라는 이야기.
 
마음 식은거?
나도 똑같다. 하지만 넌 그냥 내 인생에 한 부분이 되었고, 나를 이루고 있는 한 부분이었고, 너는 그냥 내 사람이었는데. 남자로서 매력이 크게 느껴지진 않아도 편한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꼈다.
 
하지만 너 모르게 나도 마음속으로 항상 이별을 준비해왔던 건.
연애감정은 식었을지 언정 난 널 아직 좋아하는데, 네가 달라진 모습이 보여서였다.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했던 것들… 네가 날 더이상 좋아하지 않지만 의무적으로 잘 대해주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하지만 거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고, 난 그 한계를 느낄 때마다 계속 합리화했던 것 같다.
오래만났으니까 당연하지. 나도 똑같잖아.
 
 
난 너와 결혼하고 싶었고 미래를 함께 그리고 싶었는데 너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을 때 너무나 슬펐다. 우리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았다. 끝을 알고 질질 끌고 사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럼에도 너와 있으면 편하고 좋았고 즐거웠다…
 
네가 요즘 모든 게 재미가 없다고, 데이트 할 때 할 게 없다면서 재미가 없네 라고 말할 때…
나는 그걸 오래사겨서 다 지루하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걸 찾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난 마음이 식었다고 해도 너와 함께 있는 시간 자체가 좋았는데, 넌 나와 함께 있는 시간 자체가 재미가 없었던 거다. 같이만 있어도 즐겁고 좋았던 나와는 반대로 넌 그냥 나와 있는 시간이 아까웠던 거지. 하지만 맞춰주려 억지로 참고 있었고… 너무 큰 깨달음이었다.
 
넌 좋은 사람이다.
나에게 많은 것을 맞춰주려했던… 나에게 미안해서 싫은 소리도 잘 못했던…
이별을 고할 때도 계속 망설이면서 말을 잘 못했지.
결심이 서지 않아서가 아니라, 말하고 났을 때 상처받을 나에게 미안해서.
 
그래도 꽤 여러번 이별의 위기가 있었고, 잡으면 잡혔던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나도 너를 붙잡을 만한 에너지도 없고.
머리로는 알고 있다. 너는 그냥 내 습관… 그래서 남는 미련.
 
내가 첫이별이고, 너도 나에게 미안했기 때문인지.
친구로 지내자고 하는데 난 그게 참 재수가 없었거든.
난 헤어진 후에 친구로 지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너의 말은 믿지 않지만.
버티다가 버티다가 너무 힘들 때마다 연락할 거다. 5년의 시간이 바로 단절되는 건 정말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에게 다른 여자가 생기는 걸 볼 자신은 없으니까. 최대한 빨리 정리할 거다.
 
 
네가 너무 마음이 떠난 게 느껴져서 왜 마음이 이렇게 아픈 걸까. 나도 마음이 식었음에도 불구하고.
네가 내 생활에 너무 많이 묻어있어서, 너를 정리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