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은 엄마도 있어요?

네, 전데요.
 
결혼한지 햇수로 2년차 아기가 곧 돌되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
한 남자를 사랑해서 결혼했고 그 결실로 아이가 태어났네요.
결혼 전에 사람들은 흔히들 말하죠.
연애랑 결혼은 천지차이라고요. 그런 말과는 다르게
결혼하고 정말 행복했습니다.
퇴근후 맛있는 저녁 만들어먹고, 티비보고
수다떨다 함께 잠들고 ㅎㅎ 아침엔 출근할 때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늦잠자는 상대를 바라보며 킥킥대고 주말엔 데이트도 하고요 ㅎㅎ
그냥 연애의 연장선이었어요.
 
얼마되진 않았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며 제가 느끼는 바로는
결혼과 출산 후 결혼 생활은 정말 천지차이라는 거에요.
 
이런 생각을 가지면 안되는데.
아기가 있는 결혼 생활은 여자에게 득이 되는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출산 후 신체 변화에 따른 좌절감과 체중과 몸매가 돌아와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과는 다른느낌.. 뭐 겉으로 보이는 차이는
없으니 남편 비롯 주변사람들은 공감 할 수 없죠.
조리원 퇴소 직후는 지금 돌이켜 보면 끔찍했어요.
밤낮 구분없이 2시간 간격으로 수유하고 잠도 못자고
씻을 시간도 없이 하루종일 아이 돌보다 보면 쌓여 있는
젖병과 빨래들.. 쉬지도 못하고 짬짬히 해결하면
남편 퇴근시간이고 부랴부랴 샤워하고 아기 씻기고
뭐하다보면 잠잘 시간이네요.
밤중수유가 너무 힘들어서 남편이 도와줬음 하는데
자긴 언제쉬냐는 남편의 한숨소리 ..
밤중수유와 젖병 세척으로 처음엔 많이도 싸웠네요 ㅋㅋㅋ
출산휴가 후 바로 복직해야해서
아기 돌보면서도 베이비시터며 어린이집이며
혼자 뽈뽈대며 알아보고 ㅋㅋ 화딱지가 나더라고요
애는 나 혼자 만든것도 아닌데 왜 나만 안절부절인지
남편한테 한소리하니 그거 알아보는게 그렇게 억울하냐며..
뭐 지금은 다 지난일이고 어느정도 반포기하고 살고 있습니다.
 
길었지만 여기 까지가 서론이고요
애엄마로 살기 참 힘드네요
예전엔 ‘나’ 라는 사람이 혼자 떳떳하게 열심히 살면 되는
단순한 삶이었는데, 지금은 제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게 많네요.
남편의 아내, 아이의 엄마, 회사의 구성원, 부모님의 딸,
내 자신, 그 누구에게도 제가 부족한 사람으로 느껴지네요.
 
예전엔 집안일 그까짓거 내가 더 해도 상관 없었죠.
지금은 애도 집안일도 나혼자만 힘든거 같아서 남편한테
싫은소리만 하는 아내, 지금도 남편한테 불만은 많고요
걍 다 떠들어봤자 싸움만되니 포기하고 사는데
천불나는 속을 혼자 감당하려니 짜증이 솟구칩니다.
따뜻하고 다정하게 살고싶었는데 쉽지 않네요
 
아이는 직장생활 한다고 베이비시터분께 맡겼는데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어 최근에 어린이집 등원을 시키고 있어요.
진짜 어린아인데 참 미안하네요 ..엄마는 죄인입니다.
 
회사에는 최근에 아이가 아파서 갑작스런 휴가를 몇번 냈는데
죄송하다는 말하기도 정말 죄송하고, 눈치보이고,
이러다 자리빼라고 하는건 아닌지 걱정도 되네요ㅋㅋㅋ
맘같아선 그만두고 싶은데 지금같은 조건으로 재취업은
어려운걸 알고 있어서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티는 안나겠죠 회사생활에 아쉬운 점이 참 많아요
동료들과 퇴근후 맥주한잔 하고싶은데ㅋㅋ
그럴 수 없다는거..참 슬프네요
 
아이낳아 부부 둘이 잘 키울 수 있을줄 알았는데
어쩌다 주말부부가 되어, 저 혼자는 역부족이라
평일엔 친정에서 지내요 친정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고 죄송하죠
 
마지막으로 저에게는..
무엇보다 지금 행복하다는 생각이 1도 들지 않는 지금
저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다른 엄마들은 아기 웃음만 봐도 행복하고 세상에 태어나서
본인이 제일 잘한일이 아이를 낳은거라고 하던데, 전 잘 모르겠네요
난 하나도 행복하지 않고 잘하고 있지 않은데
너를 낳은게 잘한걸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자체가 죄책감이들고
아이에게도 제 자신에게도 미안합니다.
삶이란게 참 벅차네요.
 
물론 저도 다른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제 아이를 무지 사랑합니다.
본문내용과 모순되나요
근데 요즘 많이 힘들어서요 넋두리좀 해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