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감정 쓰레기통인걸까요?

안녕하세요.
판에 글 쓰는 건 처음이라서 다른 글과 분위기가 달라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제 고민은 10년지기 친구와의 대화 방식입니다.
그 친구와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서로의 앞길을 응원해주는 사이이면서 가장 친한 사이 입니다.
장난을 치더라도 서로가 싫어하는 장난은 일체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서로 지킬건 지키고 상대가 기분 나빠할만한 행동들(ex. 욕, 외모 지적)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집안 사정도 알고 있고 꿈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제가 진심으로 성공하기를 바라는, 아주 착한 친구 입니다.
 
그런데… 딱 한가지… 대화만 하게 되면 이 친구가 과연 저와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건지, 아니면 자기 스트레스만 풀고 싶어하는건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톡으로 일상 대화를 할 때 입니다.
먼저 카톡으로 자기가 힘든 일을 우다다다 말합니다. 문장을 쓸 때 두 문장이면 될 것을 6~7번에 나눠서 말합니다.
그러면 저는 그 우다다다 입력되는 글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가 걔가 나빴다. 너가 이해해야하지 않겠냐. 뭐 그런 애가 다있냐, 나도 화가 난다. 라고 답을 해줍니다.
그냥 대꾸해줘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대답을 하는게 아니라 그 때만큼은 저도 진심 열받고 저 또한 화가 나서 그렇게 얘기를 해줍니다.
그런데 제가 그 친구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면 그 친구도 뭔가 제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리액션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자기가 열받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만 죽- 합니다.
 
저는 ‘너가 그 상황이 너무 싫잖아. 그럼 이렇게 해보는게 어때?’ 라고 얘기하고
그 친구는 그냥 ‘그래야하나… 아 근데 너무 열받는 상황아니냐? 맞지?’
이런 식 입니다.
‘지금 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상황에 나도 몰입을 하고 있어. 나라면 이렇게 할거야. 어때? 그렇게 해볼래?’
라고 대화를 하려고 하면 그 친구는 마치
‘내가 이렇게 힘들어. 넌 그냥 내가 힘들다는 것만 알고 있어.’
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그 친구가 힘들고 짜증나는 일들이 있을 때만 저한테 얘기를 하니까 그 감정에 공감하는 저도 같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너무 힘이 듭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 친구가 카톡으로 힘든 얘기를 하게 되면 어느 정도 대꾸를 해주다가 그냥 무시합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읽은 후에 그 일 잘 해결됐냐고 얘기하게 됩니다.
 
또 다른 상황입니다. A라는 주제에 대해서 그 친구가 먼저 막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 저도 그 A라는 주제에 대해서 제 생각을 말합니다. 그런데 제가 A라는 주제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는 순간 그 친구가 대화 주제를 B로 바꿔버립니다.
 
대화를 하는게 아니라 그냥 그 친구의 얘기만 계속 듣고 있습니다.
 
일상 얘기는 그냥 흘려들을 수도 있는데 진지한 얘기를 하면 그 때는 진짜 더 난감합니다.
그 친구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너랑 참 비슷하다. 나도 그렇다.
나도 사실 그 것 때문에 너무 힘들다. 라고 제 이야기를 시작하면 또 대화 주제를 바꾸거나 자기 힘든 얘기를 시작합니다. 다시 제가 제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 친구는 그냥 응, 응, 맞아 정도의 리액션만 합니다… 얘기를 하다가 ‘너 내 얘기 듣고 있어? 내가 방금 뭐라고 그랬어?’ 라고 물어보면 또 이야기를 아예 안 듣는 것은 아닙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는 있더라고요.
 
언젠가 저도 그 친구의 대화 방식 그대로 똑같이 주제를 계속 바꾸고 그 친구의 얘기를 듣는 대신 제 얘기만 해봤었는데 그건 진짜 할 짓이 아니라는 것만 느꼈습니다.
그냥…. 대화를 잘 안하게 되고 이제는 그 친구의 말에 진정된 공감을 못하고 그냥 대화 대신에 어디 몸을 쓰는 게임을 하거나 맛있는 것만 먹으러가는 사이가 되버린 것 같네요…
 
그 친구와 멀어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저는 이 친구와 대화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 친구를 대하는 저의 화법이 잘못된 걸까요?
그 친구가 제 이야기를 듣고 저도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 공감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