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였으면 좋겠다.

너와 헤어진지 어느새 반 년이 지났다.
나는 5년간 함께했던 너의 결핍을 공부와 운동으로 메우고 있다.
 
시간은 뒤를 돌아볼수록 더 빠르게 흘러갔다.
나는 비겁하게 가장 고통스러울 때가 되어서야 이별을 체감했다.

마취가 풀리자마자 뒤로 미뤄놓았던 미련과 후회가 내게 잠겨온다.
널 위해 바꿨던 내 습관들은 고스란히 나의 새로운 부분이 됐다.
일상 속에서 문득 발견하는 내 속의 네 모습은 어쩐지 눈물샘 같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잊을 때도 됐는데 기억에 살만 붙어서 미련만 커지고,
되돌아보면 가슴을 찢어지게 하는데 하필 전부 명장면이었다.
 
우리가 이별하는 순간까지도.
 
얼마나 오랜 시간이 찢어진 행복을 기워낼 수 있을까.
비탄에 빠져들 틈 사이로 일상이 무섭게 들이닥친다.
내 모든 생각과 행동의 이유는 여전히 너를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지치고 힘에 겨울 때, 함께 울어줄 네가 있었기에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었다.
이제 너 없이 크게 넘어진 나는 피를 흘리며 기어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네가 가장 힘들어할 때 가장 큰 상처를 줬다.
눈물로 호소하는 네 앞에 나는 남들처럼 꽃 한 송이 사다주지 못했다.
 
나의 고질적인 문제들로 나는 너에게 큰 상처를 줬고,
나에게로 향하는 너의 믿음을 비겁하게도 나는 실망으로 보답했다.
내가 했던 실수들이 매 순간순간 내 목을 조르고 밤마다 나를 깨운다.
오늘 뜬 눈으로 밤을 지새도 내일의 슬픔은 고갈되지 않는다.
 
나는 내가 너의 종점이길 바랐고, 나의 종점도 너이기를 염원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그저 잠시 머물다 가는 정류장이었을지 모르겠다.
 
한때 우리가 그렸던 미래는 현실이 아니라 추억이 됐다.
너만큼 날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내가 또 다른 누군가를 너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우수울 수도, 나의 어리석음을 비웃을 수도 있겠다.
 
나는 또 다시 너와 같은 사람을 찾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너같은 사람은 너밖에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너와 비교하며 불행해지지도 않을 것이다.

너와의 행복은 너로부터밖에 나올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 누군가에게 너같은 사람이 되어주겠다.
너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떨기 이유가 되어주겠다.
나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의 삶이 더 없이 행복한 시간으로 남도록
누군가의 기쁨과 위로가 되어주겠다.

네가 나에게 그러했듯이.
 
이별이 사랑을 무의미하게 만들진 않을 것이다.
언젠가 수명이 다한다고해서 내일 아침의 햇살이 무의미해지지 않듯이..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마음껏 만나보고
그래서 좋은 사람 찾길 바랄게.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에 그 좋은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