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퇴사를 했다

중학생시절 난 정말로 여자가 남자보다 뛰어난줄 알았다
그 당시 반에서 1등은 항상 여자였고 담배를 피고 학생부에 끌려가는 소위 말하는 ‘일진’ , ‘문제아’ 들은 항상 남자였다
신기하게도 중학교 3학년 시절에는 실장 부실장은 물론 전교회장과 부회장 까지 모두 여자였다
남고를 지나 대학에 왔을때 나의 생각은 틀리지 않음을 확신시켜주었다
과에서 수석은 항상 여자였고
매일같이 술을 마시던 사람은 남자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학생회장’과 같은 그들의 자리는 대부분 남자였다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 학교에 다시 복학했을때
내가 2년간 군대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들이
사회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아 슬퍼할때쯤
난 자연스럽게 2학년이 되어 있었고
나의 동반자들은 당연하듯이 2살 어린 친구들이 되었다
그렇게 오빠 혹은 선배로 불리며
자연스럽게 학생회 일을 맡으며
나의 여자 동기들은 뭘하고 있는지도 모른체
나의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졸업후 취업 준비를 하며 기업 면접을 볼때도
외근직이라고 알려져 있는 영업관리직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여자가 많았고
공기업 면접 같은 경우에는
항상 나를 제외하고는 여성이였다.
주변의 부러움과 축하 속에서 누군가 한번쯤은 욕심을 낼 법한 대기업에 입사 후
~씨 로 불리며 나이에 대해 점점 무감각해져갈때쯤
우리가 하나둘씩 군대로 갔던것 처럼
그들또한 하나둘씩 퇴사하기 시작했다.
결혼,출산,육아 혹은 힘들어서, 간혹 가다 자신이 바라던 일이 아니여서
입사했을 당시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 선배는 이미
우리네가 말하는 ‘아줌마’ 가 된지 오래였고
문득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한 퇴사가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며 안심할때
결혼으로 퇴사한 여자동기에게 오래만에 전하는 안부인사와 함께
나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욕심에
“그렇게 힘들게 입사해서 노력하며 이룬 너의 경력 혹은 성취가 아깝지 않냐”는 질문에
여자동기는 살짝의 웃음 혹은 니가 뭘 아냐는 듯한 목소리로
“사랑하는 남편과 사랑하는 아이와 보내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행복한데 그런게 다 무슨소용이냐”며
나를 위로했다
나 또한 사랑하는 부인과 사랑하는 아이가 있지만
하루하루가 행복하냐는 물음에 쉽게 답하지 못했을때
‘엄마’라는 위대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것에 아쉬워 해야 할까 아니면 안도해야 할까
직장에 치여 아이얼굴 제대로 한번 보지 못하는 것이 정말 행복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결혼’과 ‘육아’라는 이유로 퇴사하지 못하는것이 정말 내 용기가 없어서 일까
그렇게 사회에 대한 원망과 주변 시선에 대한 의식 , 자기 혐오가 절정에 달했을때쯤
나는 퇴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