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여자친구를 둔 남자친구

흔한 사람들의 주변인 중,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직업 간호사.
 
내 여자친구는 간호사다.
적당한 규모의 병동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숱한 환자들 틈에서 6년째 견디어 내고 있다.
그런 대견하고 멋진 여자친구 (지금 이후로 방실이로 통일한다.)
를 보면서 3자 입장에서 글을 써보려 한다.
(중환자실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철저히 간호사의 ‘남자친구’시각.)
 
데이, 이브닝, 나이트 (* 간호사 근무를 작성할 때, 근무 종류의 명칭)
 
이름만 들었을 땐,
‘3교대 근무가 드문 일도 아닌데뭐..’
라고 생각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간호사의 근무’에 대해서 설명을 한 번 해볼까 한다.
아, 아래에 적는 근무 시간은 Officially time이고 실상은 조금 많이 다르다.
 
먼저 데이 [DAY, A.M. 07:00 – P.M. 03:00],
방실이의 말을 빌리자면
우선, 화장이 안 먹는다.
아이X페에서 나온 파우더가 좋더랬다.
또 화장품 좋다는 거 나오면 사보는 게 심리 아니겠는가.
구매를 하고 데이 근무 때, 슥- 발랐다가
이놈의 파우더 놈이 얼굴에 챡-하고 붙지 않고 널을 뛰는 바람에
당황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여자들의 화장은 자기만족이라 했던가
본인은 얼마나 짜증이 났을지 마음이 저민다.
 
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잠이 쏟아진다.
항상 잠이 오는 게 느껴진다.
(다른 모든 간호사 여자친구를 두신 분들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나랑 있는 게 재미가 없는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은 섭섭했다.
그런데 방실이를 관찰을 하면 할수록
데이트 중에 피곤한 티를 안 내려 잠이랑 스파링 벌이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서 안쓰럽기까지 했다.
요즘에는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면,
슬쩍 집에 가자는 말을 먼저 건네본다.
 
여기, 화룡 점정이 있다.
데이가 주중 5일 연장..
옆에서 보고 있는 사람도 죽을 맛.
방실이는 출퇴근 거리가 자차로 넉넉잡아 50분 정도가 된다.
그럼 역으로 추산해보자.
7시 출근 – 5시 40분집 출발(통상 30분 전에 출근해서 인계받아야 한다.) – 5시 10분 헤어 드라이 + 화장- 4시 30분 기상 후 목욕
… 위에서 적은 것처럼 7시 출근이지만 기상은 4시 30분이다.
그렇다고 3시에 마쳐주는 것도 아니고 늦으면 4시 30분까지도 일하더라.
그 상태가 5일 동안 지속이 되니 사람 행색이 점점 초췌해질 수밖에.
방실이 인권 어디로 간거야.

이렇듯 하루를 시작하는듯한 상쾌한 이름 ‘데이’가 이렇게 무서운 단어다.
 
다음으로 이브닝 [Evening, P.M. 03:00 – P.M. 11:00]
3자 입장에서 조망을 했을 때,
그나마 간호사가 보통 사람처럼 주 중을 보낼 수 있는 근무가 아닐까 싶다.
자꾸 방실방실 거려서 미안한데, 방실이 밖에는 내 주변에 간호사가 없다.
아무튼, 방실이를 봤을 땐 통상 11시쯤 일어나서 준비한 뒤, 출근하는 듯.
 
그런데
 
간호사 신체 리듬 입장에서는 나이스 한 시간 대가 아닐 수 없지만,
정신적인 건강 측면에서는 더 혹독한 근무가 아닐까 혼자서 생각해 본다.
데이 근무 때,
그나마 잠을 자던 일명 ‘진상’ 환자들이 깨어나서 활동을 할 시간.
여기서, 환자만 진상이면 괜찮은데 보호자가 진상인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간호사가 어려 보인다고 반말하고, 의사한테 말 못 하니까 간호사한테 지 X 하고, 환자분들 중에 전문 간병인 못쓰는 분들도 있는데, 간호사를 전문 간병인처럼 부려먹는.. 아오.
데이트하면서 한 번씩 하소연하는데 듣고 있으면, XXXX해서XXX한 다음XXX한 뒤,XX할 사람들이 참 많더라.

마지막으로, 나이트 [Night, P.M. 11:00 – A.M. 07:00]
고요하다.
나름 앞에 있던 근무들보다는 적막한 것 같다.
일요일 나이트는 거의 큰 일만 없으면 천국처럼 고요하다고 한다.
갑자기 “악-“
조현병 환자? 거동이 불편한 급똥 환자?
아무리 나이트라도, 병동인지라 한없이 무난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가장 힘든 점은 아무래도 이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감정의 폭이 넓은, 감수성이 헤아려지지 않을 정도로 깊은 간호사는 특히.
오랜 잔병치레로 장기 입원 환자를 밤사이 떠나보낼 때,
6년이나 일을 했지만,
아직도 정이 든 환자를 떠나보낼 때는 북받쳐 오른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은 살아있는 눈앞에서 生의 눈을 감는 사람을 볼 때,
가끔은 임종 후 다음 처리할 업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는 방실이를 보면서,
生을 위해 일각을 다투는 간호사라는 직업의 씁쓸한 면모가 보이기도 한다.
 
방실이의 나이트는 내가 출근할 때에 끝이 난다.
(나는 방실이랑 같은 지역의 회사원이다,
그래서 감사하게도 일주일에 2번은 만나는 것 같다.)
 
앞 근무들 보다 간호사의 인권은 그나마 보장되는(?) 근무지만
연락을 잘 못한다.
아니, 연락을 할 수가 없다.
애가 연락을 하다가 갑자기 잠이 들었는데
왜 그럴 때 있지 않은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눈이 말똥말똥 해지는 기이한 현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방실이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깨우면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으니..
 
여기까지가 간호사의 근무를 바라본 남자친구의 눈이었다.
한 분이라도 공감이 간다면, 당신도 나도 간호사를 직업으로 삼은 그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6월도 다 끝났으니, 어서 7월 근무표를 가져오시게 방실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