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 사람이 되기까지.

약 두 달이 지났네.
혼자 가슴앓이 하다가 문득 네이트 판이 생각나서 들어와봤더니,
참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헤어지고, 슬퍼하고, 그리워하더라.
그 글들을 보면서 위로가 될까 조금은 기대했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여기 보니 [너가봤으면]이라는 말머리를 달 수가 있네.
솔직히 네가 봤으면 싶은 마음도 있어.
그래서 혹시라도 너의 마음이 다시 조금이나마 돌아올 수 있다면 말야.
하지만 돌아서는 순간에 너는 너무나 단호했고,
행복해보이는 너의 프로필을 떠올리니 난 또 이렇게 피해가는 선택을 하고 말았어.
수 많은 이별 글 중에서 나의 글을 네가 볼 확률은 아주 작겠지.
부디 보지 않고 지금처럼 행복하게 지내.
내가 일부러 웃는 사진을 프로필에 올려 놓았으니, 넌 아마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겠지.
 
행복한 연애를 하던 그 시절.
난 집에서 나와 독립하게 되었지.
기억나?
이것 저것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도 난 모든게 두개이길 바랬어.
네꺼 하나. 내꺼 하나.
내가 참 열심히도 두개씩을 산 모양이야.
생필품마다 짝이 있더라.
수저와 젓가락도 두개씩.
컵도 그릇도 두개.
칫솔도, 슬리퍼도.
우리의 액자에도 우리 둘이 함께.
짝이 없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내가 너에게 선물한 인형만 혼자네.
아니다, 한 녀석 더있네.
나도 혼자니까.
너와의 추억이 묻어있는 물건들,
네가 챙겨가지 못한 너의 물건들,
모두 정리해야한다는걸 두 달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오늘도 청소를 하며 우리의 액자를 닦아놓고,
너의 베개와 쿠션도 깨끗이 빨아서 다시 끼워놓고,
너의 인형은 좋은 자리에 앉혀놓았어.
페이스북의 우리 사진들도 정리해야하고,
핸드폰과 컴퓨터 속 수많은 너와의 추억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난 오늘도 못하는척 외면하고 예쁘게 정리해두었어.
 
잘 지내고 있어?
내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너의 카톡 프로필 정도고..
SNS는 친구도 끊기고 비공개로 바꾸어서 볼 수도 없다.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잘 알지만,
가끔 너무 궁금할때는 야속하기도 하더라.
우린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는데,
세상에 가장 소중한 하나 뿐인 사람이 한 순간에 가장 먼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에,
난 그럴 수가 있냐며 부정하고, 믿지 않고 있나봐.
나를 배려하는 것인지 내 친구들은 너의 소식들에 대해서 별 말 않더라.
“걔는 잘 지내는 것 같던데.”
이게 너에 대해 들은 소식의 전부고, 더 이상 묻지도 않았어.
몇일 전 드디어 어머니께 너와의 이별을 전했어.
어머니가 자꾸 집에 과일을 한 박스씩 보내시는거야.
맨날 혼자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고 했거든.
알고 보니 나한테 보내신게 아니더라.
네가 과일 좋아해서 보낸거라고, 미안하다고 나한테 그러시는데 울컥하더라.
널 챙겨주시려던 어머니한테 너무 감사하고, 죄송했어.
너에게 전화 한 번 해보겠다는 어머니를 만류하고 돌아오는데,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또 내 마음을 짓누르네.
“엄마도 OO이 보고 싶은데.”
넌 참 좋은 사람이었나봐.
단 한명도 나에게 잘 헤어졌다는 사람이 없고,
다들 어쩌다 그랬냐며, 왜 그런거냐며, 날 안쓰럽고 걱정스럽게 바라보네.
물론 너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에도 난 네가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와서 마치 그땐 그 사실을 몰랐던 것처럼 후회하고 반성하게 된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아주 많은 추억들이 담긴 시간.
이젠 다시 사랑하지 못한다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큰 사랑을 준 너.
넌 나의 세상이었어.
내가 어떻게 너만큼 예쁘고 착한 사람을 만나겠어.
한없이 부족한 나를 많이 사랑해줘서 고마워.
가끔, 아니 자주, 매일, 수도 없이 다시 시간을 되돌려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네가 행복하길 바래.
나의 곁에서, 내가 너를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내가 없는 세상이 행복하다는 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참고, 견디고, 궁금해도 보고싶어도 그리워도 때로는 미치겠어도,
그저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이렇게 널 응원하는 것 뿐인가봐.
혹시 너에게 흘러들어갈까봐 친구들 앞에서도 최대한 억누르고 웃어보이는 중이야.
더 이상 너에게 불행이 되지 않을래.
 
내가 없는 세상에서 잘 지내고 있는거지?
 
응, 나도 잘 지내.
그저 길 가다가 한번쯤 마주쳐서 너의 환하게 웃는 표정이라도 스쳐 보고 싶다.
그럼 나도 조금은 밝아질 수 있을텐데.
 
들리지 않겠지만,
들릴 수 없겠지만,
나 너의 편인거 알지?
못해준 것만 기억하라는 말을 남기고 간 너지만,
그럴거면 좀 못해준거라도 많이 남겨주고 가지 그랬어.
보고 싶다..
 
보고 싶어.